흔히 겪는 다리의 저림이나 무력감을 단순히 '피곤해서' 혹은 '잠시 혈액순환이 안 돼서'라고 여기며 방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감각 이상은 우리 몸의 신경계와 혈관 시스템이 무너지고 있다는 긴급한 경고 신호일 수 있습니다.
단순한 근육통으로 오인해 골든타임을 놓치면 평생 지속되는 신경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하지 저림 뒤에 숨겨진 5가지 치명적인 원인과 그 감별법을 상세히 분석해 드립니다.


1. 자세에 따라 달라지는 허리 질환: 디스크 vs 협착증
다리가 저릴 때 가장 먼저 의심하는 것이 허리 문제지만, 질환에 따라 통증의 양상은 확연히 다릅니다. 이를 구분하는 것은 치료의 방향을 결정하는 핵심입니다.




- 요추 추간판 탈출증 (허리 디스크): 척추 사이의 수핵이 튀어나와 신경에 염증을 일으키는 상태입니다. 주로 허리를 앞으로 숙일 때 수핵이 신경을 더 강하게 압박하여 다리 저림이 심해지며, 서 있거나 걸으면 일시적으로 완화되기도 합니다.
- 척추관 협착증: 신경이 지나는 통로 자체가 좁아진 상태로, 주로 노화에 의한 압박성 통증입니다. 허리를 뒤로 젖힐 때 통로가 더 좁아져 통증이 악화되며, 오래 걷다가 쪼그려 앉아야만 통증이 가라앉는 '간헐적 파행'이 전형적입니다.
2. '양말형 저림'이 나타날 때: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

허리는 아프지 않은데 발끝부터 시작해 양말을 신은 부위처럼 대칭적으로 저림이 올라온다면 척추가 아닌 혈당을 의심해야 합니다.
- 신경의 아사(餓死): 고혈당은 신경 세포를 직접 파괴할 뿐만 아니라, 신경에 영양을 공급하는 미세 혈관까지 손상시켜 신경을 굶겨 죽입니다.
- 야간 통증의 특징: 낮보다 밤에 통증이 극심해지는 경향이 있으며, 이를 방치할 경우 감각이 아예 사라져 발에 상처가 나도 모른 채 썩어가는 '당뇨발'로 진행될 위험이 큽니다.
3. 혈관이 막히는 파이프의 문제: 말초동맥 질환(PAD)

신경에 이상이 없어도 다리로 가는 '혈관 파이프'가 좁아지면 저림과 통증이 발생합니다. 이는 근육에 산소가 공급되지 않아 생기는 비명과 같습니다.
- ABI(발목상완지수) 검사: 팔과 발목의 혈압 비율을 측정하여 진단합니다. 정상 범수는 1.0~1.4이며, 만약 0.9 이하로 떨어진다면 다리 혈관이 막히기 시작했다는 증거입니다.
- 해석의 주의: 수치가 1.4를 초과할 경우 오히려 혈관이 딱딱하게 굳은 석회화를 의심해야 하므로 정밀한 해석이 필요합니다.
4. 즉시 응급실로 가야 하는 '마미 증후군'
하지 저림 중에는 24시간 이내에 수술하지 않으면 영구적인 하반신 마비나 장애를 남기는 응급 상황이 있습니다. 이를 '마미 증후군'이라 부릅니다.
- 레드 플래그(Red Flag) 사인:
- 대소변을 조절하기 어렵거나 시원하게 나오지 않을 때
- 항문 및 성기 주변(말 안장에 닿는 부위)의 감각이 둔해질 때
- 다리에 힘이 갑자기 빠져 계단을 오르내리기 힘들 때 이러한 증상은 신경 다발이 심하게 압박받는 신경학적 응급 상황이므로 지체 없이 수술이 가능한 병원을 찾아야 합니다.
5. 발목과 엉덩이의 '터널'에 갇힌 신경
허리 디스크와 흡사하지만, 신경이 지나는 특정 통로에서 물리적 압박을 받아 발생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 발목터널 증후군: 안쪽 복사뼈 아래를 지나는 후경골신경이 눌리는 질환입니다. 복사뼈 아래를 톡톡 쳤을 때 발바닥까지 전기가 온다면 이 질환일 확률이 높습니다.
- 이상근 증후군: 엉덩이 깊숙한 곳의 근육(이상근)이 좌골신경을 누르는 것입니다. 엉덩이를 안쪽으로 회전시켰을 때 통증이 심해진다면 디스크보다는 근육의 문제일 가능성이 큽니다.
요약 및 결론
다리 저림은 단순한 피로가 아니라 척추, 혈당, 혈관이 보내는 다각적인 경고 신호입니다. 증상이 2주 이상 반복된다면 방치하지 말고 근전도(EMG)나 ABI 검사 등을 통해 정확한 원인을 찾아야 합니다. 건강한 다리를 유지하는 것은 단순한 보행을 넘어, 우리 몸의 전체적인 물류 시스템을 지키는 일임을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